[공부법 칼럼] 글 잘 쓰는 사람들이나 논술 준비하는 거 아냐?
안녕하세요 해일입시연구소의 멘토 황예원입니다!
논술 시험, 그것도 대입을 위한 논술 시험이라면 ‘잘 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일 것입니다.
잘 써야 한다는 것, 분명 맞는 말입니다.
논술 시험에 안정적으로 합격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 논술은 포기하려고요.’라고 생각하는 학생들,
글을 못 쓴다는 생각 때문에 논술 전형은 아예 선택지로도 고려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논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하지 않고서, 지레 겁을 먹고 하나의 좋은 입시 카드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 분들께서 논술에 합격하려면 화려한 답안을 작성해야 하고,
이는 결국 타고나야 하는 영역이라고 오해하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논술은 선천적인 글쓰기 재능을 겨루는 시험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논리적인 사고’와 ‘독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입니다.
논술이 화려한 글을 요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상 논술은 주관식의 형식을 띤 객관식 시험입니다.
따라서 정해진 답이 있고, 그 답을 맞추어야 하는 시험입니다.
채점 현장에는 ‘채점 기준표’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정 키워드가 포함되었는지,
제시문을 비교하는 기준이 설명되었는지,
일련의 논리 전개 단계가 들어갔는지 등 여러 기준이 존재하고,
해당 기준을 충족했을 때 점수가 부여됩니다.
답을 정확히 맞췄는지 외에도 한글 맞춤법 사용에 큰 오류가 없는지,
원고지 사용법을 잘 지켰는지 등을 채점하는 기준도 존재하나
이는 화려하고 멋진 글을 썼는지 보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글쓰기 법(글쓰기에 있어 일종의 '예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을 알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해당 부분은 글쓰기 재능이 없더라도,
논술 글쓰기 훈련과 첨삭의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배워나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아가 의미없는 화려한 수식은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논술 글쓰기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두괄식 형식에 따르고,
[서론-본론-결론]이라는 표준화된 구조에 맞춰진 논리적인 글입니다.
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할 때, 답안의 논리적인 뼈대가 가장 잘 드러나게 됩니다.
채점관 한 명이 수백 장의 답안지를 채점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만연체의 글은 가점 요소가 되기는 커녕, 채점관을 피로하게 만들 뿐입니다.
채점을 하는 채점관도 결국엔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독성을 해치고 피로도를 높이는 수식어구는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는 글이, 논술 시험에서는 좋은 답안으로 평가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우리는 대부분의 논술 시험이 ‘제한된 글자 수’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학 논술 시험은 대개 800자~1200자 내외의 엄격한 글자 수 제한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글자 수 조건은 대학과 계열별 시험마다 상이합니다. 또 대부분의 학교가 글자 수 제한 조건을 갖고 있으나, 대학에 따라 제한이 따로 없는 곳도 있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지면을 채우게 되면, 정작 대학이 요구한 핵심 논거와 정답을 채워 넣을 공간은 사라지게 됩니다.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정보의 밀도가 낮아진 답안은 결국 ‘알맹이 없는 글’이 되어,
아무리 화려한 글이라 한들 안타깝게도 탈락 후보군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정해진 조건 내에서 문제가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풀어내는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논술에서 말하는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는 조금 다를지 모릅니다.
먼저 ‘출제 의도를 완벽히 구현해 낸’ 글입니다.
내 감정이나 자아를 투영한 수필, 또는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낸 에세이는 논술 시험에 있어서 좋은 글이 아닙니다.(탈락 후보 글에 가깝습니다.)
출제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숨겨진 의도와 질문에 오차 없이 답한 글이 잘 쓴 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논술에 있어 잘 쓴 글이란, 독창적이고 기발한 글이 아닌 ‘질문에 대해 가장 성실하고 정확하게 대답한 글’입니다.
또 ‘유기적 인과관계’를 갖춘 글입니다.
시적 표현과 같이 문학적 아름다움이 들어간 글은 논술 모범 답안과는 대비되는 글입니다.
앞문단이 뒷문단의 디딤돌이 되고, 첫 문장(두괄식)의 주장이 문단 끝까지 일관성 있게 연결될 때 비로소 잘 읽히는 논술 답안이 됩니다.
여기서 유기적 인과관계란 주장과 근거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구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아가 수학 문제에서 공식을 대입해 답을 도출하듯, ‘주어진 조건(제시문)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전개한’ 글입니다.
수학 서술형 문제에서 화려한 글씨체가 가점 요소가 되지 않듯, 논술 역시 논리적 추론 과정의 투명성과 명확성이 채점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 글쓰기가 아닌, 글로서 구현한 일종의 수학적 증명 과정과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증의 3박자’가 잘 들어간 글입니다.
단순히 주장을 쭉 나열한 글은 논술 시험에서 원하는 답이 아닙니다.
[단단한 주장 + 제시문에 철저히 기반한 타당한 근거 + 이를 납득시키는 부연설명]이라는 3박자가 구비되어야 논리적으로 탄탄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토론이나 PT 등에서도 논리적인 사람에게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하면 이해하시기 보다 쉬울 것입니다.
결국 논술 시험은 ‘수식의 미학’이 아닌 ‘구조의 미학’으로 이기는 시험입니다.
좋은 논술 답안은 현란한 글 솜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텍스트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이를 체계적인 구조(개요)로 재정렬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평소 국어 성적이 낮다, 문장력이 부족하다, 글쓰기를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논술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 먼저 겁 먹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투박하더라도 뼈대가 단단한, ‘구조’가 아름다운 글이면 됩니다.
논술판에서 끝내 살아남는 사람은 소설가가 아닌, 답안 설계도를 논리적으로 그릴 줄 아는 설계사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