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칼럼] 여러분의 플래너가 작심삼일이 되어버리는 이유
안녕하세요, 해일멘토 김주원입니다!
지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시험장에서의 멘탈 관리와 과목별 공부 전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어도, 그것을 실천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많은 학생이 열정적으로 플래너를 작성하지만, 며칠 못 가 포기하거나 '계획을 위한 계획'만 세우다 시간을 버리곤 하죠. 오늘은 플래너를 써야하는 이유와 대부분의 플래너가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왜 플래너를 쓰는가?
플래너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해야할 공부는 산더미 같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해야할 일들을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잊어버리기도 쉽고, “영어 단어 50개 외우기”, “수학 1단원 풀기”, “수행평가 준비하기” 같은 정보들을 머릿속에 담고만 있으면, 뇌는 이 리스트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플래너는 말하자면 해야할 일을 저장하는 일종의 외부 하드드라이브입니다.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기억'이 아닌 '공부'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기나긴 수험생활이라는 불확실성의 연속입니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함은 입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플래너를 적는 것은, 매 시간에 무엇을 할지 정함으로써, 막막하기만 하던 미래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시간들로 쪼개는 작업입니다. 단순한 기록장을 넘어, 스스로 하루를 장악하고 있다는 효능감을 일으키는 도구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결과를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공부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플래너 속 체크 박스는 바로바로 색칠할 수 있습니다. 할 일을 끝낼 때마다 선을 긋는 작은 성취감은 소소한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정서적 만족감을 통해, 지루한 공부를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어쩌다 '작심삼일' 플래너가 되는가?
우리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썼던 플래너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지워지지 않은 체크박스들을 보며 자책하고, 결국 플래너를 서랍 깊숙이 넣어버린 경험, 다들 한 번 쯤은 있으신가요? 저 역시도, 초반 부분만 작성했던 플래너가 서랍 속에 쌓여있었습니다. 우리의 플래너는 어쩌다가 작심삼일이 되어버리는 것일까요?
먼저, 계획 오류의 함정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을 끝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플래너 속의 자신은, '졸지도, 스마트폰의 유혹도 이겨내고, 집중력 100% 항시 발휘하는 초인'입니다. 가장 높은 효율로 공부하던 때의 스스로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우다 보면, 지키지 못할 계획으로 하루를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선 의욕으로 인해, 하루를 48시간인 것처럼 쪼개어 적다보니, 불가능한 계획을 시작하기도 앞서 먼저 지쳐버리게 됩니다.
다음으로, 본말전도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플래너의 목적은 기록보다도 공부의 목적성을 얻는 것입니다. 실행이라는 플래너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예쁜 스티커와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필기구로 꾸민 플래너를 작성하시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만족감이라는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 화려한 플래너의 작성에만 치중하며, 보여주기식 성과에 빠져버립니다. 결국, 학습에 쓸 인지적 에너지를 고갈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적 성향 역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분 단위로 짜인 완벽주의적 플래너는, 사소한 변수에도 쉽게 무너집니다. 9시 계획이 20분만 늦어져도 "이미 망했어"라며 하루의 계획 전체를 포기해버리는 '모 아니면 도'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유연성이 없는 계획은 수험 생활의 돌발 상황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는 여러분의 의지 탓이 아닙니다
이처럼 우리가 플래너 작성에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분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열정이 '인간의 심리적 기전'과 '계획의 본질'을 만나, 발생한 오류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 수많은 플래너를 서랍 속에 집어 넣으며 자책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습니다. 플래너는 나를 채찍질하는 '감시자'이 아니라, 거친 수험 생활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나를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항해 지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지키지 못할 계획으로 가득 찬 플래너는 우리에게 '불안감'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세운 올바른 플래너는 우리에게 '압도적인 확신과 자신감'을 선물합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우리가 왜 플래너를 쓰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자주 실패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내 플래너가 딱 저랬는데!"라고 무릎을 치고 계시진 않나요?
그렇다면 이제는 바뀔 차례입니다. '계획 오류'를 극복하고, '가짜 성취감'의 유혹에서 벗어나, '완벽주의'를 '유연한 실천'으로 바꿀 수 있는 진짜 플래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음 칼럼에서는, 제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완성한 저만의 플래너 작성법을 본격적으로 공개하려 합니다. 제가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 사용했던 플래너 양식과 작성 노하우, 그리고 계획이 틀어졌을 때 바로 복구하는 구체적인 스킬까지 모두 아낌없이 담아내겠습니다.
오늘 하루,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고 해서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문제는 여러분이 아니라 방법입니다. 그 해답을 들고 다음 주에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치열한 하루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