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법 칼럼] ‘4당5락’이라는 거짓말 😴
‘4당5락’이라는, 아주 유명하고도 익숙한 옛 말이 있습니다.
풀이하면,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잠을 줄이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많이 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공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수면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수능이 100일, 50일 깨지는 시점마다 수험생들이 조급한 마음에 부족한 잠을 또 한 번 줄이면서까지 공부에 매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적정한 수준에서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은 공부에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학생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수면 시간을 단축 및 관리하지 않고,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비효율적인 밤샘 공부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불건강한 수면 패턴은 장기적인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능 당일 판단력과 문해력을 갉아먹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4당5락이라는 일종의 입시 미신은 현재의 교육 및 수능 체제와 적합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수면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마치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수면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럼, 수면은 왜 중요할까요?
왜 자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지에 대해, 뇌 과학적인 관점에서 알아 봅시다.
먼저, 수면은 머릿속 기억을 장기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낮 동안 우리가 열심히 공부한 내용들은 ‘해마’라는 일종의 기억 임시 저장소에 머물게 됩니다. 해마에 저장된 내용은 수면 시간, 특히 렘 수면(REM sleep, 낮 동안 겪은 감정적인 사건들을 정제하고,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는 뇌 작용이 일어나는 수면입니다.) 및 서파 수면(Slow-wave sleep, 독성 노폐물을 배출하고 대뇌피질로 단순 기억을 이관하는 작용이 일어나는 수면입니다.) 시간 동안 대뇌피질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 '대뇌피질'은 뇌의 장기 기억 저장소에 해당하는 부위입니다.
즉, 잠을 자지 않으면 우리가 애써 습득한 기억들이 장기 기억으로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식이 저장되지 않고 삭제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부한 것들을 나의 것으로 오래 가져가기 위해 질 좋은 수면은 필수적입니다.
또 수면은 뇌 노폐물을 잘 배출해 줌으로서, 뇌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깨어 있는 동안에 우리 뇌에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 뇌 속에 쌓이는 단백질 찌꺼기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등의 피로 물질이 축적됩니다. 잠에 들면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 밤마다 작동하는 뇌 전영 밤샘 청소 시스템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이라는 것이 작동하는 데, 해당 시스템을 통해 뇌의 구석구석이 순환하게 되며 깨끗한 세척이 이루어집니다.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글림프 시스템이 가동하지 않아 결국 우리 뇌 속에 노폐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러한 수면 부족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억지로 이어나가는 것은 마치 청소가 안 된 쓰레기장에 지식을 계속해서 넣는 것과 같기 때문에,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수도 자꾸만 반복하게 합니다.
그럼, 어떻게 자는 것이 잘 자는 것일까요? 충분한 수면을 하는 것과 더불어,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수능 타임테이블에 최적화된 수면 루틴을 갖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성일 것입니다.
뇌가 완전한 인지적 활성화 상태, 즉 최고 집중력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시간입니다. 따라서 수능 1교시 국어 시작 시간인 오전 8시 40분을 기준으로 할 때, 아침 기상 골든 타임은 오전 6시 30분 정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수능에 더욱 임박한 시기에는 고사장 입실 마감 시간(오전 8시 10분)까지 고려하여, 나의 컨디션에 가장 잘 맞는 기상 시간을 학생 개개인별로 찾아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수면 주기(Sleep Cycle)을 활용하는 방법 또한 효과적입니다. 수면이란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실은 약 90분마다 얕은 잠('렘수면'에 해당)과 깊은 잠('비렘수면'에 해당)이 번갈아 가는 파도, 사이클의 연속입니다. 깊은 잠 구간에서 깨어나게 되면 잠을 꽤 잤음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멍하거나 몸이 무거운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시간 공식(수면 시간 = 90분 * N(주기 횟수) + 잠드는 시간 약 15분)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 4주기, 즉 6시간은 기본적으로 자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드립니다.(예: 24시 15분 취침 -> 6시 15분 기상) 체력 복구가 많이 필요하거나, 유난히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 학생 분께는 5주기, 즉 7시간 30분 수면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수능 한 달 전 시점부터는 무조건 일찍 자는 것보다, ‘내가 몇 시간 반 단위로 잘 때 가장 개운하게 일어나는지’를 찾아 자신만의 수면 주기를 고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질 좋은 수면을 위해 학생의 주변 환경과 생체 리듬을 통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취침 1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고, 블루라이트가 멜라토닌(수면 호르몬입니다.) 분비를 방해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합니다. 사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사실.. 저도 실천이 시급합니다…^^;;), 최소한 수면 30분 전에는 이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봅시다.
카페인 또한 수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만약 커피를 마신다면 하루 2잔 이내 정도로 제한하고, 에너지 드링크는 애초에 마시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심장을 비롯한 몸 건강에 매우 치명적입니다. 몸 건강은 지켜가며 공부합시다.ㅠㅠ)
수능이 다가올수록 ‘잠이 안 오면 시험 망친다’는 불안의 악순환에 휩싸이는 학생 분들도 꽤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잠과는 점점 멀어지고 결국 건강한 수면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 것만으로도 뇌 성능의 80%는 회복된다’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형성하고, 잠이 잘 오지 않아도 마음을 편안히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수면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건강한 수면 습관은 지키는 것은 중요하되, 잘 자야 한다는 생각에 과하게 매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수능을 비롯한 모든 시험은 결국 ‘시험 당일 뇌가 얼마나 맑은가’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 열심히 공부해 왔어도, 당일 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잠을 잘 때는 강박도 없이, 불필요한 죄책감도 없이, 그저 오늘 밤 숙면이 내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 정도만 합시다. 오늘도 열심히 달린 학생 분들께서 잠을 자는 순간까지도 스트레스 받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겐 충분히 꿀잠을 잘 권리가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안녕히 주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