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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생활기록부 이론 및 우수 사례 분석 칼럼] 세특 우수탐구사례 뜯어보기 1편: SIR 모델로 분석한 우울증의 대물림

안녕하세요 해일입시연구소의 대표컨설턴트 주형서입니다!

학생분들께서 세특에 적을 탐구활동을 할 때 가장 막막한 부분 중 하나가 어떻게 주제를 잡아 어떻게 탐구를 진행해야할지에 대한 내용일 것 같은데요! 그래서 여러분께 도움을 드리고자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고등학생 때 직접 진행했던 탐구활동에 대해, 그 과정을 풀어드리려 합니다.

 

생명과학Ⅱ 시간에 저는 우울증의 후성유전학적 기전을 다룬 논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마주친 한 문장이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산모의 산전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태아의 우울증 발현 확률을 높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엄마의 마음 상태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평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니. 저는 두 가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첫째,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그 영향은 한 세대로 끝나는 걸까, 아니면 세대를 타고 이어질까?
둘째, 만약 부모가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돌보려 애쓴다면 그 노력은 다음 세대에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까?
이 질문들은 모두 "세대가 지날수록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변화율, 즉 미분의 언어로 옮길 수 있는 질문이었던 겁니다.

 

그 전에, 후성유전학이 뭐길래

조금 생소할 수 있으니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후성유전학은 한마디로 "유전자가 우리의 모든 것을 선천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학문입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완전히 같은 DNA를 갖고 있지만 생김새도 성격도 미묘하게 다르죠. 이렇게 DNA 염기서열 자체는 그대로인데 유전자의 '발현'과 '기능'이 달라지는 현상을 다루는 분야가 후성유전학입니다. 대표적인 기전이 DNA 메틸화와 히스톤 변형입니다.

우울증의 경우, 산모가 임신 중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울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BDNF의 DNA 메틸화가 늘고 히스톤 아세틸화는 줄어, 결과적으로 태아의 우울증 발현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런 후성유전적 변화가 '가역적'이라는 점입니다. 염기서열이 바뀌는 돌연변이와 달리, 메틸화는 환경과 노력에 따라 다시 풀릴 수 있습니다. 이 가역성이 나중에 제 결론의 핵심 열쇠가 됩니다.

 

SIR 모델, 전염병을 수식으로 그리다

세대 간 변화를 어떻게 수학으로 그릴까 고민하다가, 저는 전염병의 확산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SIR 모델을 떠올렸습니다. 코로나19 시기 의학분야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셨던 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그 모델입니다.

SIR에서 인구는 세 집단으로 나뉩니다. S는 아직 안 걸린 취약자(Susceptible), I는 감염자(Infected), R은 회복자(Recovered)입니다. 핵심은 이 세 집단의 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미분방정식으로 적은 데 있습니다.

  • 감염의 강도는 감염자 수 I에 전염성지수 β(베타)를 곱한 값입니다. β는 감염자 한 명이 일정 기간 접촉한 사람 중 실제로 감염시킨 비율입니다.
  • 새 감염자는 '감염 강도 × 취약자 수'만큼 생기므로, 감염자 변화율은 dI/dt = β·S·I
  • 감염자가 늘어난 만큼 취약자는 줄어드니 dS/dt = −β·S·I
  • 감염자는 감염 기간의 역수인 γ(감마)에 비례해 회복되므로 dR/dt = γ·I
  • 따라서 회복으로 빠져나가는 몫까지 반영하면 dI/dt = β·S·I − γ·I

이 식들이 그려내는 그래프가 바로 우리가 뉴스에서 본 '확진자 곡선'입니다. 처음엔 취약자가 많아 감염자가 치솟다가, 취약자가 줄고 회복자가 쌓이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종 모양. 이른바 집단면역입니다.

 

SIR을 우울증에 이식하다 — 'D 모델'의 설계

저는 이 구조를 세대 간 우울증 전파에 옮겨 보기로 하고, 만든 모델을 D 모델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전염병의 언어를 우울증의 언어로 한 항목씩 '번역'하는 작업이었는데, 이 번역 과정이 탐구의 가장 재미있고도 까다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먼저 상황을 단순화하기 위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를 '우울증을 겪는 부모가 임신 기간 중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로만 한정했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후성유전 기전은 가역적이라 그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도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고, 반대로 우울증 없는 집안의 아이가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두 경우가 서로를 대략 상쇄해 전체 비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보고 계산을 단순화했습니다. (모든 모델은 현실을 단순화한 '근사'입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지 정하는 것이 모델링의 본질이라는 걸 이때 배웠습니다.)

 

번역 규칙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새 감염 → 우울증인 부모에게서 우울증인 자녀가 태어나는 일. 접촉으로 병이 옮는 자리에 '세대 전달'을 넣었습니다.
  • 1일 → 30년. 전염병은 하루 단위로 퍼지지만, 제 관심사는 세대가 바뀌어야 진행됩니다. 그래서 시간 단위 자체를 한 세대(약 30년)로 잡았습니다.
  • β → β′. 접촉자 중 실제 감염 비율 대신, '우울증 부모에게서 우울증 자녀가 태어날 확률'로 바꿨습니다. 자녀가 한 명인 가정도 많은 현실을 감안한 값입니다.
  • γ 설정. 한 세대(30년)가 지나면 부모 세대는 더 이상 자녀를 낳지 못하므로 회복(이탈)률 γ′ = 1/30년. 그런데 1일을 30년으로 치환했으니, 모델의 시간 단위에서는 결국 γ = 1이 됩니다.
  • R 그래프는 무시. 우울증은 한 번 앓으면 면역이 생기는 병이 아니므로 '회복자' 칸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벽에 부딪혔습니다. S를 '우울증 아닌 국민 수', I를 '우울증인 청년 수'로 그대로 두고 윗세대를 전부 R로 넘겨 그래프를 그리니, SIR 특유의 집단면역 성질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우울증이라는 질환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비현실적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염병 모델은 "한 번 걸리면 면역"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우울증은 그렇지 않으니 당연한 충돌이었습니다.

저는 모델을 버리지 않고 두 가지를 손봤습니다.
첫째, I′ 그래프(우울증 자녀 수)에만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둘째, 초기 취약자 수 S₀를 국민 수가 아니라 아주 큰 수로 잡았습니다. 그러면 윗세대를 R로 넘겨도 이후 세대가 우울증에 걸릴 '여지'가 고갈되지 않아, 집단면역으로 질환이 사라져 버리는 인위적 결과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미분계수가 알려준 두 장면

설계를 마치고, 자료조사로 찾은 파이썬 SIR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값을 넣어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직접 코드를 다룬 건 아니지만, 입력값에 따라 곡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며 식의 의미를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장면 1 - β′ = 1인 경우.

우울증인 부모가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임신 기간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 자녀가 전부 우울증인 극단적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SIR 모델의 I 그래프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데, D 모델의 I′ 그래프는 일정한 값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왜일까요? 여기서 미분이 답을 줍니다. 기초감염재생산지수(우울증 부모 → 우울증 자녀 확률)가 1이면, 들어오는 만큼 나가서 dI/dt = 0이 되기 때문입니다. 변화율이 0이라는 건 그래프가 수평이라는 뜻이죠. 반면 전염병은 초기에 S가 압도적으로 커서 dI/dt가 양수라 치솟다가, 시간이 지나 S가 줄면 dI/dt가 음수로 돌아서며 곡선이 꺾입니다. 코로나가 한바탕 휩쓴 뒤 잦아든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프의 모양 차이가 곧 미분계수 부호의 차이라는 걸 두 곡선을 나란히 놓고서야 분명히 이해했습니다.

장면 2 - 부모가 스스로를 돌본 경우.

이번엔 우울증인 부모가 임신 중 자신의 심리적·정신적 건강에 신경을 써서, 그중 10%에게서는 우울증이 없는 자녀가 태어나는 상황을 넣어 봤습니다. β′을 1에서 0.9로 살짝 낮춘 셈입니다. 그러자 후속 세대에서 우울증이 발현될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곡선이 나타났습니다. 단 10%의 변화가 세대를 거치며 누적되어 큰 차이를 만든 겁니다.

물론 솔직히 짚어야 할 한계가 있습니다. 이 그래프만 보면 우울증이 거의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x축의 1이 30년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현실에서 그렇게 극적인 결말이 나타나기는 어렵습니다. 모델은 경향성을 보여줄 뿐,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지는 않습니다.

 

탐구의 결론과 제언

저는 이렇게 얻은 결과를 토대로 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장면 2가 보여주듯, 산모가 정신건강을 회복하면 자녀가 우울증을 겪을 확률은 줄어들고, 그 줄어든 몫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곱해지며 점점 더 큰 차이로 벌어집니다. 한 세대에서는 미미해 보이는 10%의 변화가, 다음 세대로 넘어갈수록 누적되어 사회 전체의 우울증 부담을 눈에 띄게 낮추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산모의 정신건강 관리는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건강을 좌우하는 사회적 과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산모의 정신건강이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며, 특히 산부인과의 정기 검진에서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함께 살피고 돌보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임신 기간 중의 작은 관심 하나가 미분방정식 속에서는 세대를 가로지르는 큰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기록부 기재내용 (원문)

(3학년 미적분) 급우들 앞에서 우울증 환자 수 예측 모델에 대하여 발표함. 산모의 산전 스트레스와 태아의 우울증 발현 확률에 대해 예측하고자 SIR 모델의 발상을 빌려와 모델을 새롭게 구상해서 발표함. SIR에서 관련 지수값을 재설정하면서 면역력과 무관한 우울증 회복자 수는 영향력을 없애고자 S에 대하여 초기 취약자 수를 큰 수로 정한 고민과 시행착오의 과정을 급우들에게 설명한 후 다양한 I의 그래프 형태를 보임. 산모의 건강 회복에 따라 자녀의 우울증 확률이 감소하면서 세대가 거듭될수록 여파가 커지므로 산모의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산부인과의 정기적 검진에서 정신건강 부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을 제언함. 탁월한 발상력과 더불어 열정적인 탐구 자세, 고민의 흔적이 돋보임.

 

내가 얻은 결론, 그리고 후배들에게

탐구를 마치며 제가 도달한 결론은 수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수치가 가리키는 방향이었습니다. 부모 세대가 임신 기간에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려는 노력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세대를 거치며 분명히 의미 있는 결과로 쌓인다. 후성유전 기전이 가역적이라는 생명과학의 사실과, 작은 β′ 변화가 누적되어 곡선을 끌어내린다는 수학의 결과가 서로를 받쳐 준 셈입니다.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왜 중요한지를, 저는 미분방정식 한 줄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탐구가 완벽한 연구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정도 많고, 단순화도 거칠며, 한계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한계까지 솔직하게 적는 것이 탐구의 일부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과학 수업에서 생긴 궁금증을 미적분이라는 도구로 끝까지 따라가 본 경험이 제게 남았습니다.

후배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궁금증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한 문장이 제 탐구의 전부였습니다.

둘째, 과목의 칸막이를 의심하세요. 우울증은 생명과학, 변화는 수학, 시뮬레이션은 컴퓨터의 일이라고 나눠 두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칸막이를 넘는 순간 진짜 탐구가 시작됩니다.

셋째, 탐구를 시작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교과서 속 그 식이, 언젠가 여러분이 정말 궁금해하는 무언가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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